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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연극에선 가짜 연기’ 발언에 남명렬 “오만” 비판

논란 커지자 손 측 “본의 잘못 전달”“(대본에선)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는데, 그럴 거면 마이크를 붙여주든지. 무대에선 속삭이는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가짜 연기를 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극을 그만두고 매체로 오게 됐어요.” 무명의 대학로 연극 배우에서 주연을 맡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카지노’, 영화 ‘범죄도시2’ 등이 큰 인기를 끌며 톱스타급 배우가 된 손석구(40)가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남명렬 인스타그램

 

남명렬인스타그램
남명렬 인스타

 

손석구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연극만 하려 했고 (TV와 영화 등) 매체 쪽은 시작할 생각이 없었다가 서른 살 초반에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 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극 배우만 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무대에서는 가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어 매체로 옮겼다’는 식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9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른 소감에 대해 그는 “내가 (매체에서)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에서도 되는지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LG아트센터의 320석 규모 소극장( ‘U+ 스테이지’)에서 지난달 20일 개막했는데 손석구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은 육성이 아니라 마이크를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매체에서 익숙히 봐온 손석구 특유의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도 잘 들리지만 소극장 무대의 매력인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는 맛, 연극적인 맛은 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기자 간담회 때도 기자들이 소극장 연극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연출가와 배우들은 관객이 대사를 명확히 듣고 의미를 이해해야 하는 작품의 특성 등을 들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당시 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관련 기사와 함께 보도했을 때는 큰 논란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고 매체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남명렬(64)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석구를 겨냥해 “하하하, 그저 웃는다. 그 오만함이란”이라며 “부자가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덧붙인다”라고 쓰면서 손석구 ‘가짜 연기’ 발언 논란이 커졌습니다.

 

남명렬페이스북
남명렬페이스북

 

남명렬은 이어 댓글에서 “진심으로, 진짜 연기를 속삭였는데도 350석 관객에게 들리게 하는 연기를 고민해야 할 거다. 연극할 때 그 고민을 안 했다면 연극만 하려 했다는 말을 거두어들이길. ‘해보니 나는 매체 연기가 잘 맞았어요’라고 해라”라며 “속삭여도 350석 정도는 소리로 채우는 배우는 여럿 있다. 모든 연기는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일진대 진짜 연기가 무엇이라 규정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손석구 발언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손석구의 문제 발언이 담긴 기사도 링크했다가 해당 글이 파장을 일으키자 삭제했습니다. 남명렬은 얼마 후 다시 새 글을 올려 “몇몇이 시대를 못 타는 늙은이의 말이라고 타박을 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어질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친구들아”라고 일갈했습니다.

 

남명렬은 1985년 연극 ‘물새야 물새야’로 데뷔했고 1991년 연극 ‘사람의 아들’로 전업 배우 활동에 나섰습니다. 연극 ‘그을린 사랑’, ‘햄릿’, ‘아버지와 아들’, ‘오이디푸스’, ‘오펀스’, ‘두 교황’ 등 수많은 연극에 출연했고, 지금은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박사’ 역을 신구(87)와 번갈아 맡고 있습니다. 동아연극상과 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습니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 제작사 측은 통화에서 “손석구 본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입장을 전하며 “손석구가 (매체와 무대 연기의 차이 등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연기 스타일에 설명하다 나온 말이다. 연극(장르와 특성)의 문제점을 비판하려 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명렬의 비판에 대해서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 막바지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 미군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른 채 2년을 숨어 지낸 일본 군인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당초 다음달 5일까지 잡혔던 공연 일정은 ‘손석구 효과’로 관객이 몰리면서 12일까지 연장됐지만 일찌감치 매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