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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

금융 혁신과 핀테크

디노삶 2024. 6. 12. 23:15

전자화폐가 은행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주제는 현대 금융 혁신의 중심에 있으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금융 혁신과 핀테크의 등장


십여 년 전, 금융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핀테크는 은행 기능의 ‘언번들링’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은행의 여러 가지 기능을 각 분야에 특화된 핀테크 업체가 분할하여 담당함으로써, 은행보다 우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습니다. 나아가 기존 은행들이 ‘해체’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수신 및 그와 결합된 지급 기능은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테크업체가 담당할 수 있으며, 여신 기능은 피투피(P2P) 대출 같은 전문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은행의 화폐 창조 기능


은행이 대출을 통해 예금을 창조함으로써 민간화폐 대부분을 공급하는 현재의 통화 시스템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의 핵심 기능은 예금과 대출, 혹은 수신과 여신이라는 두 기능의 결합을 통해 민간화폐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만약 은행의 수신과 여신 기능이 ‘언번들링’되면, 은행의 화폐 창조 기능은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핀테크업계가 주장하는 은행 기능의 ‘언번들링’은 은행의 화폐 창조 기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대출자산을 보유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부채로 예금을 만들어냅니다. 은행의 채무증서로서의 예금은 보유자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여 상환한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 없는 초단기부채입니다. 덕분에 예금은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 이체와 송금 등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은행의 수신 기능이란 금전의 수탁 기능을 지칭하기보다는, 자신의 채무증서를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지급수단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화폐의 등장과 그 가능성


최근 디지털화의 진전과 빅테크의 출현, 토큰화 기술과 다양한 전자지급수단들이 등장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핀테크의 등장이 전통적인 은행의 해체 또는 변화를 전제로 금융 혁신을 강조했다면, 최근의 새로운 조류들은 화폐의 변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자화폐,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화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의 일부 암호화폐와 달리, 전자화폐로 통칭되는 대부분의 지급수단들은 모두 발행자의 부채라는 점에서 은행화폐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부채에 대응하는 자산이 무엇인가입니다.

전자화폐의 준비자산 운용 방식


전자화폐의 발행자들이 준비자산을 은행처럼 대출로 운용한다면, 이들은 정의상 은행입니다. 분산원장을 사용하든 중앙원장을 사용하든 간에 이들의 경제적 실질은 은행과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규제와 감독, 안전장치들도 은행에 준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 등의 발행업자를 사실상 은행으로 한정하는 규제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전자화폐의 준비자산이 ‘타인의 화폐’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요국의 전자화폐 규제방안들을 보면, 준비자산 전액을 은행예금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사례가 있는데, 은행예금이 바로 타인의 화폐입니다. 여기서 전자화폐 발행자는 화폐를 창조하지 않습니다. 전자화폐 발행업자는 세상에 없던 화폐를 새로 만들어 그만큼의 화폐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예금화폐의 사용환경을 개선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출을 통해 예금을 만들어내는 은행의 고유한 화폐 창조 기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전자화폐와 중앙은행 화폐


전자화폐의 준비자산을 구성하는 ‘타인의 화폐’가 민간은행의 예금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의 화폐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화폐의 발행자에게 준비자산 전액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제가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발행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전자화폐를 대상으로 준비자산 전액의 중앙은행 예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런 경우, 전자화폐 발행자는 화폐를 창조하지 않으며, 전자화폐는 중앙은행 화폐의 사용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전자화폐 발행자는 사실상 내로뱅크가 되며, 그 실질적 기능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소매 CBDC의 대행업무가 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전자화폐가 새로운 화폐의 등장을 의미한다면, 그 새로움은 준비자산에 대한 규제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전자화폐의 준비자산이 타인의 화폐로 구성된다면, 전자화폐 발행자는 화폐 창조자가 아니며, 이들이 제공하는 전자화폐의 발행량은 은행예금 또는 중앙은행 화폐의 총량에 의해 제한됩니다. 반면, 전자화폐 발행자의 준비자산에 은행과 유사한 대출 운용을 허용한다면, 전자화폐 발행자는 말 그대로 은행이 됩니다.

따라서 전자화폐가 은행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전자화폐의 준비자산 운용 방식과 규제 방안에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전자화폐가 기존 은행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금융 시스템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의 글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금융 혁신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